가을의 이별
가을은 이별의 계절인가.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하나 둘 다 떨어지고 까치밥만 남는 계절.
몇 알 남지 않은 열매는 혹독한 찬바람을 견디며 누군가의 밥으로 매달린다.
모두 이별해야 하는 슬픈 운명에,
나무는, 다 떠나보낸 후 벌거벗고 맨발로 서있다.
가지를 들썩이며 슬픈 곡조로 흐느끼는,
나무의 시린 이야기를 들어본다.
<까치밥> 이혜숙. 시
나는
살고 싶어졌다
휘청이는 허공에서
견디는
저
감 하나의 시간
삶의 끝자리에서
누군가의 밥이 될 때까지
나는
살고 싶어졌다
(감상: 삶을 향한 욕망을 인내하고 견디는 감 하나의 시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름내 무성했던 나뭇잎과 이별하고 홀로 외로이 맨몸이다. 그냥 의미 없이 툭 떨어져 썩어가는 것보다 누구의 밥이라도 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다.)
<참나무(The Oak)> 엘프리드 테니슨( Alfred Tennyson). 시
네 인생을 살아라
젊거나 늙거나
저 참나무처럼
봄날엔 밝게 타오르는
황금빛으로 살다가
여름엔 풍성하게
그리고 때가 되면
가을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아
더 진중해진 색조로
다시 황금빛이 되지
나뭇잎들이
기어이 다 떨어지고
봐라, 그는 서있지
나무와 몸통과 가지
벌거벗은 맨몸의 힘으로
(감상: 어떻게든 늙어 보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노년을, 이렇게 긍정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나이 들어 경험이 쌓인다고 모두 지혜롭지는 않지만, 참나무는 힘과 지혜를 가지고 있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것이 세월이지만, 나뭇잎이 다 떨어져도 나무와 가지, 몸통으로 벌거벗고 맨몸으로 참나무는 서있다.)
<마른 나뭇잎> 정현종. 시
마른 나뭇잎을 본다
살아서 사람이 어떻게
마른 나뭇잎처럼 깨끗할 수 있으랴
(감상: 열심히 제 할 일 다 하고, 삶에 정직하게 순응한 나뭇잎의 일생, 함부로 쓰레기라 발로 차지 마라.)
마치며
나뭇잎들은 풍성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가을에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그 끝은 새로운 시작이며 죽음은 새로 태어남이다.
땅에 떨어진 잎들은 모여서 흙을 감싸는 피부가 되고, 서리와 눈을 덮어주는 지붕이 되며, 개미, 지렁이 등 작은 동물들의 훌륭한 서식처와 먹이가 된다.
끝까지 자기 몸을 바쳐 자연에 힘을 주는 것이다.
가을!
비우고 나누는 계절.
우리는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나누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