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형식의 파괴, 해체 시인 "황지우"(2)

e길 2023. 7. 5. 00:24
반응형

형식의 파괴, 해체 시인 "황지우" 작가는 1980년대 시인으로  시적양식을 과감하게 파괴하고 거부한다. 이러한 파괴가 시의 형식과 표현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며, 또 하나의 양식이 된다. 시인의 표현을 빌면 '파괴를 양식화'하는 것이다.

 

황지우 '심인' 화장실

 

형식의 파괴: 낯설게

 

'매스컴은 반 커뮤니케이션이다. 정직한 의사소통의 전형인 문학은 진실을 알려야 할 상황을 무화시키고 있는 매스컴에 대한 강력한 항체로 존재한다. 문학은 근본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표현할 수 없는 것, 표현 못 하게 하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욕구와 그것에의 도전으로부터 얻어진 산물이기 때문이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까? 나는 말할 수 없으므로 양식을 파괴한다. 아니 파괴를 양식화한다. 

 나는 시에서 말하는 양식의 파괴와, 파괴된 이 양식을 보여주는 새로운 효과의 창출을 통해 이 침묵에 접근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텍스트(글)를 눈에 보이지 않는 콘텍스트(의미) 속에  잡아넣어 우리에게 낯익었던 것들, 신문의 일기예보나 해외토픽, 비명, 전보, 연보, 광고문안, 공소장, 예비군 통지서 등 일상의 모든 프로토콜들을 처음 본 것처럼 아주 '낯설게' 느끼도록 하는 효과에 치중한다.'  (황지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호')

 

(감상: 군부독재의 매스컴 길들이기, 출판물의 검열과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는 탄압에, 매스컴은 제 할 일을 제대로 못한다. 문학은 진실을 알려야 하며, 보이는 글(텍스트)을 눈에 보이지 않는 의미(콘텍스트)에 넣어 아주 '낯설게' 표현하고자 한다.)

 

<심인> 황지우. 시

 

김종수 80년 5월 이후 가출

소식 두절 11월 3일 입대 영장 나왔음

귀가 요 아는 분 연락 바람 누나

829- 1551

 

이광필 광필아 모든 것을 묻지 않겠다

돌아와서 이야기하자

어머니가 위독하시다

 

조순혜 21세 아버지가

기다리니 집으로 속히 돌아오라

내가 잘못했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

똥을 눈다

 

(감상: '심인'은 사람을 찾는다는 뜻으로, 당시에는 신문 광고로 많이 활용되었다. 시적 화자는 화장실에서 쭈그리고 앉아 신문을 읽는다. 그 내용을 '콜라주(하나씩 붙여 넣음)'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벽 1> 황지우. 시

 

예비군편성및훈련기피자일제자진신고기간

자:83. 4.1. ~지: 83. 5. 31.

 

(감상: '벽'은 벽에 붙이는 벽보를 말한다. 시인 자신의 싯구는 하나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초로와 같이> 황지우. 시 (부분)

 

오 환생을 꿈꾸며 새로 태어나고

싶은 물소리,

엿듣는 풀의 루선

살아 있는 것은

살아 있는 동안의

이름을 부르며 살뿐,

있는 것이 있는 것이 아니고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니로다

저 타오르는 불 속은

얼마나 고요할까

상한 촛불을 들고 그대

이슬 속으로 들어가,

곤히, 잠들고 싶다

 

(감상: 절망적 세계에 대한 죽음의 미학을 보다 조용하게 '보는 자'의 시각으로 시화하고 있다. '그대 이슬 속으로 들어가 잠들고 싶은'것은 비극적 죽음의 공간에서 쉬고 싶은, 새벽이슬이 내리는 죽음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은 화자의 마음이다. 철저한 허무의식에 사로잡힌 절대적 상실을 의미한다. ('루선'은 눈물선 '누선' )

시 형식은 '낯설게 하기'의 효과로 '일상의 파괴, 형식의 파괴, 방법론적 상징의 풍자성을 내포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 서거 추모시 

 

<지나가는 자들이여 잠시 멈추시라> 황지우. 시(부분)

 

자공이 물었다. 선생님,

한 생이 다하도록 해야 할 게 있다면

그게 뭘까요. 선생은 머뭇거리지도 않고 바로 말했다.

그거? 용서하는 거야.

 

그분이 가셨다.

2009년 8월 18일 오후 1시 43분,

나는 성프란시스코 회관으로 걸어갔고

정동 오래된 느티나무의 더 굵어진 빗방울이

우산에 후두둑 마침표들을 찍었다.

그때 세브란스 뒤편 백양나무숲도 진저리를 쳤으리라

한 세상 우리와 함께 숨 쉬었던 공기 속에

한 분의 마지막 숨결이 닿았을 때

소스라치며 빗물을 털어내는

백양나무의 그 무수한 낱말들,

그분이 가셨고,

그분이 가셨다고

어디선가 문자 메시지들이 연달아 들어오고,

광화문 광장, 꽉 막힌 차량들 사이로

잠시 짜증을 멈추고

사람들은 인왕산으로 몰려가는 먹구름을 보았다

지하철 계단을 바쁘게 뛰어오르던 자들도,

담배 피러 복도 난간에 나온 젊은 사원들도,

기차역 대합실의 늦은 휴가객들도, 증권 거래소와

통신사 사람들도 뭔가, 순간 텅 비어버린 것 같은

시간의 정지 속에 멈춰 있었다.

그분이 가셨다.

 

(감상: 시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시대의 목소리이자 '용서' 그 자체로 정의하며, 많은 위기를 힘겹게 넘어 꿋꿋하게 민주화를 이룩했으며, 그를 공격하고 탄압해 온 상대들에게 '용서'라는 관용을 베풀었다고 찬양하는 산문시다. '잠시 멈추라'는 뜻은 그를 보내기 위해 사람들 모두 다 같이 그를 잠시 생각하자는 뜻이다. 의례적인 영결 시를 감각적으로 수준 높게 잘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의 도입이 '공자'의 제자로 유명한 '자공'이 공자에게 묻고 답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용서'를 말하기 위한 도입이다. '공자'가 말하려는 것은 단순히 '용서한다'라는 의미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나의 마음을 타자의 입장과 생각에 맞추어 보는 것으로서, 공자가 평생에 걸쳐 강조한 '인'과 '예'의 기본자세를 말하는 큰 의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항상 낮은 자세에서 민중과 함께하려 한 점을 기리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마치며: 해체 시

황지우 시인은 고백적이고 자기 동일적인 시 문법을 과감히 해체하고, 시가 될 수 있는 세계와 시가 될 수 없는 세계의 방법론을 밀고 나간다.

 

콜라주, 패러디, 벽보, 시각적 활자구성, 몽타주, 포스터, 다큐멘터리 등의 전위적 형식들이 모두 동원되며, 신문의 심인 광고나 전자 오락마저도 시의 일부로 재구성된다.

(참고문헌: 이광호, '초월의 지리학'/ '황지우 문학앨범'/ 위키백과/ 구글/ 나무위키)

 

(1) 편: 그날그날의 현장 검증/ 파란만장/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그대의 표정 앞에/ 등

(2) 편: 심인/ 벽 1/ 초로와 같이/ 김대중 대통령 서거 추모시 '지나가는 자들이여 잠시 멈추시라'/

(3) 편: 버라이어티 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무등/ 등

(4) 편: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연혁/ 1983, 말뚝이, 발설/ 삶/ 똥개의 아름다운 갈색 눈동자/ 서벌, 셔발, 셔발, 서울, SEOUL/ 등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