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정월 대보름

e길 2024. 2. 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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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 내일이 정월 대보름이다.

정월 대보름은 음력 1월 15일로 우리나라 전통 명절이며, 설날 이후 처음 맞는 보름달이다.

흔히 달맞이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전통적으로는 설날보다 더 성대하게 지낸 명절이었다.

 

보름달(Pxhere)

보름달 빵

( 출처: (게시물 ID: bestofbest-473225, 에서 옮겨온 글)

 

초등학교 2학년 오전반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 가는데,

집 근처 다 와서는 누군가 저 멀리서 이름을 부르기에 시선을 돌려 보니, 아버지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 당시 우리 집은 반지하에 살았고, 아버지는 집 근처 아파트 공사장에서 막일을 했었다.

'배 고프지?'라고 하시며

바지 주머니에서 꾸기 꾸깃 땀에 젖은 식권 2장을 꺼내 바지에 문질문질해서 꼿꼿하게 펴 내게 쥐어주며, '집에 가서 동생 데리고 와서, 저기~~~ 함바 식당에 가서 빵이랑 바꿔 먹어.'

나는 우와!! 네!! 하고,

미친 듯이 집에 달려가 동생 손을 잡고, 아버지가 말한 식당에 들어갔다.

 

점심시간 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막일 아저씨들을 뚫고 동생 손 꼭 잡고 보름달 빵 2개를 바꿔서 집으로 향하는데,

긴~~ 식탁 같은 곳에서 식사를 하는 아저씨들 사이로, 아버지가 보였다.

 

그런데,

국그릇 같은 거에... 맨밥만 드시더라고......

다른 아저씨들은 이것저것 반찬 있는 걸로 식사를 하시는데...

그걸 보니까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아버지 앞으로 갔다.

아버지는 많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셨고, 아버지가 드시던 그릇을 보니까 더 설움이 올라왔다.

엉엉~ 울면서, 아버지 미워!!

라고 하면서 들고 있던 빵을 아버지께 던지고, 동생 손잡고 뛰어서 집으로 갔다.

 

보름달 빵

 

벌써 30년도 더 지난 일이다.

얼마 전 아버지 발인 하고 한 달 정도 지난 후 마트에 갔는데, 그 보름달 빵이 보여서 슬며시 카트에 담으려는데, 와이프가 '노인네처럼 뭘 이런 걸 사~~'라고 했지만 그냥 담았다.

 

집에 와서... 와이프 잘 때, 화장실에 가서......

보름달 빵 먹지는 못하고 손에 움켜쥐고, 정말 대성통곡하며 펑펑 울었다.

아주 많이...

 

지금도 마트에 갈 때마다 여러 개 세트로 파는 보름달 빵을 보면 힘들고 어려웠던 그때 생각이 난다.

 

아버지의 반찬 없는 그 밥그릇......

 

<정월 보름달> e길. 시

 

일진월보(日進月步)

하루하루 나아가라

날이 갈수록 넉넉해져라

 

세월에 허리 굽어

닳아 가는 것이 아니라

풍성 해져가라

 

구름에 숨은 한 올 빛 

번개 싫어 흰 속살 감추고 

성난 천둥 귀 닫아 눈감은 달 

 

퍼붓는 비보라 

장송(長松)에 매달려

굽어 비나리 하는 달 

 

캄캄한 

먹구름 속에서

이 또한 돌아가리라

 

목마른 세상 

여우비 탐하지 않고 

이슬 한 줌 취하리라

 

사랑 하트 계수나무 

옥토끼 절구질에

찰진 미소로 다시 걷는 빛

 

세상은 요란한 빈 깡통 

저 꽉 찬 보름달

흔들려도 소리 없는 빛.

 

(감상: 하루하루 더 성장하라. 허리 굽어 닳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커져 가라. 힘들어도 아래를 굽어 행복을 빌어주며, 잘 견뎌 가리라. 아무리 목마르다 해도, 신선한 새벽이슬 한 줌으로 갈증을 해소하며, 계수나무 하트 잎과 토끼 절구질에 위안받으며 다시 달려간다. 요란한 빈 깡통 시끄러운 세상이지만, 꽉 찬 보름달은 우리가 혼란스럽게 싸우며 흔들어도 소리 없이 조용하게 우리를 밝혀주는 빛이다.)

(풀이: 비나리 하다: 앞길에 행복을 빌어주는 말을 하다./ 여우비: 맑은 날 잠깐 뿌리는 비)

 

마치며: 대보름 축제

대보름에는 빛 독촉도 하지 않는다는, 편안한 명절이며 큰 축제였다. 이 날에는 부럼, 오곡밥, 약밥, 귀밝이술, 김과 취나물 같은 묵은 나물과 제철 생선을 먹으며, 한 해의 건강과 소원을 빌었다.

 

대보름 전날 밤에는,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샌다고 하여 잠을 참으며 날을 샜다.

깡통에 불을 넣고 돌리는 '쥐불놀이'는, 시골에서 위아래 마을 간 깡통 불싸움을 하는 재미있는 놀이였다.

 

(나무 심듯이 달을 심었네요. 물도 틈틈이 주고, 오늘 수확했어요. 내일 하늘에 띄울게요......)

달 심고 수확(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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