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중
퇴근하려는데 검은 구름이 온 하늘을 뒤덮더니 비가 떨어져 내렸다.
금방 그칠 비가 아닌 것 같아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얼마쯤 가다 보니 저쪽애서 누군가가 나에게 손짓을 하였다.
고목처럼 여윈 팔을 이리저니 흔들며 웃고 계신 분은 다름 아닌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말없이 나에게 우산을 하나 건네주고는 당신 먼저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셨다.
얼떨결에 우산을 받아 든 나는 '고맙습니다' 말했지만 그다음에는 할 말이 없어 잠지코 뒤따라갔다.
그 뒤 비가 올 때마다 아버지는 어김없이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렸다가 우산을 건네주셨다.
어느 순간 나는 아버지의 마중을 감사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던 중 비가 오는 어느 날 그날도 나는 아버지가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와 계실 거라 생각했는데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마중 나오지 않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그 비를 맞으며 집으로 갔다. 집에 들어선 나는 잔뜩 부어오른 얼굴로 아버지를 찾았다. 그런데 나는 가슴이 뜨끔해졌다.
'그렇게 말렸는데도 너 비 맞으면 안 된다고 우산 들고 나가시다가 몇 발자국 못 가 쓰러지셨단다.'
깊게 파인 주름살에 허연 머리카락을 하고 맥없이 누워계신 아버지의 초라한 모습을 보며 나는 나 자신이 너무 미워졌다. 마중 나온 아버지께 힘드실 텐데 그럴 필요 없으시다고 말하기는커녕 아주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못내 부끄러웠다. (카톡에서 옮긴 글)
<어머니의 보물> e길. 시
이른 찬 새벽
땀나는 냉장고 삐이~ 삐 울음소리
차곡차곡 고이 넣어둔 산해진미 캐는
구순의 어머니
구부러진 손가락 호호 불며
보따리 한 땀 한 땀 보물 싸는
밭고랑 같은 주름진 얼굴엔
염화미소 (拈華微笑)가 번진다.
바짝 엎드린 생선
비록 그 몸 말라 작을지라도
세상의 파도 헤엄치는 지혜를 주라고,
더러움 깨끗이 씻고
찬 담금질로 인내를 얼린 고기
지저분한 세상 참을 힘주라고,
심심 산천 정기받은
계절을 쏙 가슴에 품은 약초
자식 언제나 푸르름 주라고, 담는다.
내 몸 헤엄쳐 바다로 돌아가고픈 조기.
나를 따라 세상을 구경하고픈 돼지.
영원한 사랑의 꽃 피우고픈 도라지.
모두
어머니의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다시 태어난다.
모두, 나의
인(忍), 지(智)를 키우는 작지만 큰
어머니의 보물
이번이 마지막 보따리가 아니기를
물 빛 찬란한 태양 바라보며
간절히 빌어본다.
(감상: 새벽 일찍 일어나신 어머니, 냉장고 문을 열어 놓고 여러 가지 먹을거리를 정성을 다해 포장하고 있다. 생선과 고기, 나물 약초를 자식에게 싸주는 어머니. 많은 일을 해서 뼈가 굽은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자신이 아끼는 보물을, 냉장고 경고음도 무시하고 정성으로 싸신다. 구순이 넘은 어머니의 흐뭇한 미소가, 귀한 보물 시집보내는 편안한 마음이다. 이 귀한 보물을 어떻게 거절하고 가져가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으랴. 올해가 마지막 보따리가 아니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풀이) 염화미소(拈華微笑) :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 인(忍): 참을 인. 지(智): 지혜 지.
마치며
자식 사랑하는 어버이의 마음은 나이가 들어서도 한결같다.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고, 이해하고, 귀찮은 뻔한 잔소리도 다 들어주며, 명심하겠다고 대답해야 한다.
시골에서 홀로 외롭게 살면서도 항상 자식 걱정 하시는 어머니.
전화 통화만 해도 마음이 짠하다.
맛있는 생선이 있어도 사다 넣어 놓고, 본인은 별로 안 좋아한다며 자식 위해 기꺼이 보따리를 싸신다.
오래 이어지길 소망한다.
우리가 늙은 부모가 됐을 때
비로소
부모가 베푸는 사랑의 고마움이
어떤 것인지
절실히 깨달을 수 있다.
(헨리 워드 비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