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2월의 시(詩)

e길 2024. 2. 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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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부지런한 2월

31일까지 꽉꽉 채워진 달은 당연한 것 같지만, 28일 이월은 왠지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월급쟁이 입장에서 보면 날이 하루라도 줄어든 달이 더 좋겠지만,

그거 보다 세월이 빨리 가는 게 훨씬 더 아쉬운 것 같기도 하다.

 

다리 짧은 이월이지만, 할 일 많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2월인 것 같다.

추웠던 겨울을 마무리하고 봄을 준비해야 하는 부지런한 이월이다. 

 

<2월의 꿈> e길. 시

 

2월!

그대의 착상

 

산모퉁이 맴도는 겨울 찬바람

기지개 켜는 푸른 산기운에

흠칫 놀라 달아나다

제 무게에 쓰러지는 겨울 이야기

새벽의 샛별을 잉태한

저 둥근 흰 달이 놀다간 자리

 

2월!

그대의 산달

 

'아직 일어날 시간 아닌데

왜 자꾸 깨워',

낼모레 네 생일인데

기지개 켜고 몸 풀어야지

옆집 진달래는 벌써 창문 열었어

고개숙여 명상하고 있잖아

 

2월!

그대의 출산

 

겨우내 찬바람에 시달린

지친 해를 보아라

급한 발걸음 

다리는 짧은데 갈길 멀구나

숨 가쁜 헐떡거림에 

까만 눈 껌딱지

스르르 껍데기 벗는다

 

(감상: 2월은 자기 찬바람의 냉혹함에 깜짝 놀라, 제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그래 따뜻한 봄을 잉태해야지. 이제 임산부니까 조심해야 돼. 묵묵히 명상하며 자신을 준비하다, 다리가 짧은 2월이라 부지런히 서두른다. 얼어붙은 새까만 눈을 녹여 치우며 2월은 이제 곧 봄을 낳는다.)

 

이월 강(Preepik)

 

<이월 강> e길. 시

 

얄미운 윗동네 민둥산

지난 장마 먹고 토한 아픈 부산물

모두 내 배 채우고 속은 시원했나

이제는 미운 감정 

풀까 말까 망설이는 이월 강

 

조용하던 이월 강이 

전쟁 난 듯 소란스러워지고

여기저기 두더지 구멍 파는

떠들썩한 꼬마들과 앞잡이 어른

무리 지어 맨 신발로 얼음 지치며

쿵쿵 발을 구르고 뛰어다닌다

그러다 갑자기 생겨난 뜨거운 폭포

 

강에 와 함부로 오줌 싸지 마라

쩌렁쩌렁 경고를 주어도

옷 내리고 오물을 퍼붓는다

너네 집 요강도 아닌데

그러다 구멍 뚫리면 요단강 건넌다

겨울강은 다 보고 있다

너의 그 볼품없는 육신을

그리고 돌아서 웃는다

 

등 뒤에 돌을 던지며

가슴에 구멍을 뚫는 사람들

당신들은 겨우내

영하 찬 바람 눈비 맞아가며

꼼짝없이 숨 참고 납작 엎드려

누군가를 지켜준 적이 있는가

 

이제 얼었던 마음을 열 것인가

이월 강은 오늘도 망설인다

한 겹 한 겹 벽을 벗으며

이제 풀어야지

아우성인 물결 다독이며

피라미 재롱에 미소 짓는다

 

(감상: 겨우내 꽁꽁 얼은 2월 강. 자기밖에 모르는 세상의 이기적인 풍파에 화가 나 온몸을 잠갔다. 그러나 이제는 벽을 벗고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있는 세상은 다 그런 것이다. 서로 이해하고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 빨리 냉정한 얼음장막을 거두라는 내 속 자식들의 성화가 빗발친다.)

 

 

마치며: 2월 'February'의 유래

 

2월은 새끼손가락 같은 아쉬운 짧은 달이다.

하지만 새끼손가락은 없어서 안될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추적인 보조 업무를 맡고 있다.

조금 짧지만 우리 할 일 다 하는 알찬 2월이 되어야 하겠다.

 

2월은 여신의 이름을 따 'February'라고 부른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페브리스(Febris)라는 열병의 여신에서 따왔으며, 여신을 극진히 모시고 몸을 정결하게 관리하였다고 한다. 

 

2월은 몸을 정결하게 하고 마음을 깨끗하게 해서 심신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페브리스' 여신이 지켜줄 것이다.

2월 강처럼 당신을 지켜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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