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시인과 투사 '성삼문'

e길 2023. 9. 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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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현전 학자 성삼문

시인과 투사 '성삼문(1418~ 1456)'은 충남 홍성 출신으로 장원급제하여 집현전 학자로 세종대왕의 지극한 총애를 받았다. 명나라에 가서 음운과 교육제도를 연구하여 1446년 훈민정음을 반포하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하지만 단종이 폐위되고 세조가 즉위하자 슬픈 역사는 시작되었다.

 

성삼문 영정

 

조선 왕조사 5백 년을 통틀어 가장 큰 비극은 1452년 12살의 나이로 즉위한 '단종'이 3년 만에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폐위당한 일이었다. 수양대군인 세조는 왕이 되어 반대파를 무참히 학살한다. 이에 충신들인 사육신은 '단종'을 복위시키고 세조를 폐위시키려 하나 사전 발각되어 무참히 살해당한다.

사육신(死六臣)은 이개, 성삼문, 박팽년, 유응부, 하위지, 유성원을 말하며, 그 후 숙종 때인 1691년 관직에 복권되고 서울 노량진에 '민절서원'을 세워 신위를 모시게 되었다. 

 

단종 복위 거사가 발각되어 세조가 직접 심문하자,

성삼문은, 세조를 가리켜 '나으리'라 호칭하며 떳떳하게 모의 사실을 시인했다.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세조의 불의를 나무라며, '나으리의 형벌은 독하기도 하구려'라고 말하였다.

성삼문은 아버지 '성승'과 3명의 동생들, 갓난아이를 포함한 네 아들이 모두 죽임을 당해 혈손이 끊겼고, 아내와 딸은 모두 노비가 되었다. 

시인과 투사인 성삼문 선생

<옥중시> 성삼문. 시(투사로서의 성삼문)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落落長松) 되었다가

백설(白雪)이 만건곤(滿乾坤) 할 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리라

 

세조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목숨을 던져 절조를 지켰다. 유학의 '정명주의(正名主義)'를 그 정신으로 확립하고, 육신으로 맞서는 '투사 성삼문'의 모습이다.

 

그런데 다음 시 한 수를 더 읽어 보면,

 

 <절명시(絶命詩)> 성삼문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던 순간에 남긴 시.(시인의 성삼문)

 

격고최인명(擊鼓崔人命) 북소리 내 목숨을 재촉하는데

서풍일욕사(西風日欲斜) 서녘바람에 지는 해가 기울어 가네

황천무객점(黃泉無客店) 황천으로 가는 길에 주막하나 없다는데

금야숙수가(今夜宿睡家) 오늘밤은 어디서 잠을 이룰고.

 

첫 번째 '옥중시'가 목숨으로 맞서는 투사 성삼문의 모습이라면, 두 번째 '절명시'는 숨이 막히도록 처연하고 감회가 넘치는 '시인 성삼문'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이때의 시인은 대개 투사일 수 있으되, 투사가 모두 시인이기는 어렵다.죽임을 당하러 가면서도 '황천 가는 길에 주막도 없고, 죽어 오늘밤은 어디서 잘까'라는 여유와 낭만을 이야기하는 '시인'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 곳곳에는 양극화 현상이 많은데, 그 완충장치로서의 존중과 배려가 무조건 싸우는 ‘투사’에게는 없다.  '투사'만이 아닌, 인문적 상상력과 정신주의의 포용력을 겸비한'시인' 정신의 정치력을 함께 강조하며, 600년 전의 성삼문 선생의 시가, 우리에게 따가운 교훈으로 감명을 준다. 

 

단종에 대한 충성 시

성삼문 선생은 1456년 6월 8일 수레에 실려 형장(刑場)으로 끌려갈 때 수레가 잠시 멈추고, 종이 올리는 술 한잔을 받아 마시고, 단종에 대한 충절의 시 한 수를 읊었다.

 

'임금이 주신 녹을 먹고 임금이 주신 옷을 입었으니,

본래의 지조 평생 동안 어기고 싶지 않다오.

한 목숨 바치는데 충의가 있음을 알겠거니,

현릉(顯陵)의 송백(松柏)이 꿈속에 아련하네.'

 

마치며: 충절, 절의의 충신 성삼문

집현전 학자이자 관료, 정치가, 시인이었던 성삼문 선생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가르침을 주고 떠났다.

오늘날 각종 서적이나 드라마, 연극, 영화 등에서도 선생의 업적과 강직한 충성심을 찬양하고 있다.

 

교과서에 실린 이광수의 '단종애사(端宗哀史)'는 널리 읽히는 소설이었고, 성삼문을 비롯한 사육신의 절의(節義)에 눈시울이 뜨거웠으며, 수양대군 추종자 신숙주 등에 분노하기도 하였다. 성삼문 선생의 저서로는 '성근보집(成謹甫集)', '매죽헌집(梅竹軒集)' 등이 있다.

 

(참고문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나무위키/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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