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김소운의 회상 '수필'

e길 2023. 6. 15.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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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이자 시인인 김소운 작가는 수필을 '사랑이란 밑거름 없이는 피어나지 않는 꽃'이라고 하였으며, 작품을 통해 서로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현대인들에게 '인도주의적'인 수필로 큰 교훈을 주었다. 김소운 작가는 작품에서 많은 경험에 근거한 일화와 예시룰 사용하였다. 경험에 근거한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흥미를 주었으며, 작품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였다. 

'인간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고뇌는 커지고 그 고뇌 속에서 때로는 신랄한 비판이나 불길 같은 분노가 치솟을 경우도 있지만, 수필의 바닥에는 마음 깊은 곳의 인간본연의 애정이 드러난다.' 

김소운 '가난한 날의 행복'

가난한 날의 행복(부분)

먹을 만큼 살게 되면 지난날의 가난을 잊어버리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보다. 가난은 결코 환영할 것이 못 되니, 빨리 잊을수록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가난하고 어려웠던 생활에도 아침 이슬같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회상이 있다. 여기에 적는 세 쌍의 가난한 부부의 이야기는, 이미 지나간 옛날이야기지만, 내게 언제나 새로운 감동을 안겨다 주는 실화들이다. 

 

그들은 가난한 신혼부부였다. 보통의 경우라면, 남편이 직장으로 나가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을 하겠지만, 그들은 반대였다. 남편은 실직으로 집안에 있고, 아내는 집에서 가까운 어느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쌀이 떨어져서 아내는 아침을 굶고 출근을 했다. '어떻게든지 변통을 해서 점심을 지어 놓을 테니, 그때까지만 참으오.' 출근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점심시간이 되어서 아내가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은 보이지 않고, 방 안에는 신문지로 덮인 밥상이 놓여 있었다. 아내는 조용히 신문지룰 걷었다.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 쌀은 어떻게 구했지만, 찬까지는 마련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내는 수저를 들려고 하다가 문득 상 위에 놓인 쪽지를 보았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 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 두오.' 낯익은 남편의 글씨였다. 순간, 아내는 눈물이 핑 돌았다. 왕후가 된 것보다도 행복했다. 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행복감에 가슴이 부풀었다.

(감상: 김소운 작가의 수필의 바탕은 휴머니즘과 인도주의적인 내용에 뿌리를 둔다.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품고 살아가는 생활과 신변잡기적인 내용들을 작품에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경험과 예시, 간결체와 우유체, 돈(생활고)이라는 소재를 사용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수필도 제목처럼 '가난한 날의 행복'을 잘 표현한 수필이다. 어렵고 가난한 시절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된 빛나던 사랑의 기억이야말로, 인생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한다는 삶의 소중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부드러운 문체가 특징인 교훈적 성격의 경수필이다. '가난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부부애'라는 주제 의식으로, 행복은 반드시 '돈'과 일치하는 것이 아님을 '수필의 향기'를 담아 감동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번역과 '목근통신'

김소운 작가는 일본 동경 개성중학교에 다니다 관동대지진으로 중퇴하고, 일본과 고향 부산을 오가며 '한국문학'을 일본어로 번역해 소개하는 일에 힘썼다. '조선의 농민 가요'를 일본의 '지상낙원'지에 번역, 소개하면서 시작된 한국문학 번역 작업은 민요, 동요, 현대시, 사화 등 여러 부분에 걸쳐 폭넓게 이루어졌다.

'목근통신(목근은 '무궁화')'을 통해, 일본 문화의 해박한 지식으로, 한국인이 일본인에게 받은 모멸과 학대에 항의하고, 일본일들의 허위와 약점을 예리하게 파헤치는 편지 형식으로,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는 고백글이다. '목근통신'은 일본인에게 보내는 공개장의 형식으로 쓰인 '장편 수필'이며, 일본의 저명한 소설가 '가와바타'의 소개로 '중앙공론'지에 번역, 소개되어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목근통신 (부분)

'내 어머니는 '레프라(문둥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우리 어머니를, 클레오파트라와 바꾸지 않겠습니다' 

'향토는 내 종교였다.' 거기 쓴 이 한마디 말은 목숨이 다할 때까지 내 가슴에 지닐, 괴로우나 그러나 모면치  못할 십자가입니다.'

'문둥이의 조국! 그러나 내게 있어서는 어느 극락정토보다도 더 그리운 어머니의 품입니다.'

마치며: 회상의 수필

김소운 작가는 '베네치아 국제 예술가 회의'에 한국대표로 참석 후 귀국할 때, 도쿄에서 이승만 정권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13년 동안이나 입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1980년 한국문학을 일본에 알리는 데 이바지한 공로로 '은관 문화 훈장'을 받았다. 친일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였으며, 지금도 그 흑, 백 논쟁이 존재하는 것 같다.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34년간 일본에 체류하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과의 관계를 다룬 글들이 많은 것도 큰 특징 중 하나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반일, 친일의 입장을 떠나서 객관적으로 일본을 바로 알고 그들의 장점을 배우자는 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해서 이유 없이 멸시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강력한 항의나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김소운 작가의 수필은 지난날을 돌이켜 생각하고, 한 번 경험하고 난 사물을 나중에 다시 재생하는 글쓰기의 작품이다. 모든 경험이 '회상기'가 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감성을 자극한 잊히지 않는 것의 세목이 회상기에 반영됨을 알 수 있다. 유려한 필치로 사회와 인생의 문제를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작가의 특징이라 하겠다.

(참고문헌: 한국의 명수필,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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