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가벼워지는 '아픔'

e길 2024. 4. 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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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친구들의 삭발

 

미국 앤디아나 주에 있는 작은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뇌종양으로 방사능 치료를 받아 머리카락이 몽땅 빠진 친구를 위해, 같은 반 학생들이 모두 삭발을 했다.

머리카락이 없어 부끄러워할 친구를 위한 그들의 우정에 전 세계 사람들이 감동을 했다.

 

아픔을 나누겠다는 의지와 사랑이 너무나 분명하고 아름답다.

적어도 삭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랑과 의지가 있어야 아픔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을 나누자고 목청을 돋우면서, 정작 아픔은 나누지 못한다.

아픔을 나눈다는 것은 그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 일 것이다.

 

아픔(Pixabay)

 

아픔을 나누는 할아버지

위암에 걸린 할머니 한 분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고 곁에서 정성껏 간호를 했다.

대기실에서 혼자 기다리다가 할머니의 진료가 끝나고 나오면 환히 웃으며 할머니를 부축하던 할아버지였다.

할머니의 치료를 위해 모든 병 수발을,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몇 년간 정성을 다해 보살핀 것이다.

 

할머니를 하늘로 보내고, 긴 한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몸에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위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상태는 최악의 상태는 아니었고, 수술을 하기 위해 날짜를 잡았다.

할머니를 수술하고 본인 수술을 담당한 의사에게 그는 이렇게 말을 한다.

 

'아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경험해 보라고 하느님이 내게 암을 주신 것 같아요. 아내 수술을 잘하셨으니, 제 수술도 잘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이제 얼마 안 살아도 됩니다. 얼른 천국에 가서 아내를 만나고 싶어요.'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같은 병을 얻은 걸 오히려  기뻐했다.

할머니의 고통을 알 수 있고, 뒤늦게나마 나눌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암이 두 분 사이를 갈라놓은 게 아니라, 생과 사를 넘어 두 사람을 이어 준 것이다.

 

 

<아픔을 모르는 것은 꽃이 아니다> e길. 시

 

고통 없이

피는 꽃이 어디 있으며,

눈물 없이

지는 꽃이 어디 있으랴.

아픔을 모르는 것은 꽃이 아니다. 

 

아침

떨어져 누운 꽃들이

온 길바닥을 눈물로 물들이는 것은

하얗게 질린 

벚꽃만은 아니었으리라.

  

굵은 뼈대

평생을 으스대던

어느 날 잡혀온 포차의 닭발

자근자근 으스러져

매운 울음으로 누워있다.

 

자신을 쪼아 맨발의 꿈을 걸은 발. 

봄바람 유혹하여 자신을 피워낸 꽃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인생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

 

떨어져

누운 것들의 눈물이,

익어서

쓰러진 것들의 회한이,

왜 어찌 없겠는가.

 

바닥에 떨어진

꽃잎의 숨죽인 흐느낌.

바람에 뒤척이며 

입술 파르르 떨리는

그대의 미련.

 

아픔 없는 예쁜 꽃은 없다.

이쁜 것들은 아픔이 있다.

 

(감상: 아픔을 모르고 피는 꽃은 없으며, 눈물 없이 지는 꽃도 없다. 뼈대 있는 닭발도, 예쁜 꽃도 순간에 지고 만다. 떨어질 것들이 어찌 꽃뿐이겠는가. 떨어져 뒤척이며 더 이상 미련 갖지 말자, 더 이상 꽃 아니다.)

 

*화무십일홍: 젊음, 아름다움은 찰나이다. 아름다운 꽃 열흘 못 넘기고, 막강한 권력 10년을 못 넘긴다.

*일장춘몽: 한바탕의 봄 꿈. 부귀영화는 부질없고 덧없으니 애타게 매달리지 마라.

 

마치며

부부가 무척 사랑하면 아내가 임신했을 때 남편도 함께 입덧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렇듯 깊이 사랑하는 부부는 아픔도 같이 나누는 것인가 보다. 암을 똑 같이 겪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아픔을 나누기 위해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방의 힘든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 사랑하는 부부의 참모습이 아닐까.

 

나누면 가벼워지는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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