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부모

e길 2024. 4. 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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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父子)의 달리기

 

엄마의 뱃속에서 목에 탯줄이 감기는 바람에,

혼자 움직일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치명적인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기가 있었다.

 

의사는 아기가 식물인간이 될 거라며 아기를 포기하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컴퓨터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게 된 아들은 달리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8km 자선 달리기 대회에 아들과 함께 나갔다.

15살 아들과 37살 아버지의 달리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휠체어를 밀면서, 아들을 안고 달리면서, 고무보트를 끌고 수영을 하면서 아버지는 쉬지 않았다.

모두가 결승점을 지난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부자가 결승선에 들어왔다.

비록 선두에 나서 달리지는 못했지만, 온몸이 땀으로 범벅된 아버지와 아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렸다.

 

'아버지는 내 날갯짓을 도와주는 바람 같은 존재이다'

 

아버지와 아들(Pixabay)

 

낳아 주기만 했다고 부모는 아니다

 

스물여덟의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구하라' 우리나라 가수가 '실화탐험대'라는 매체 전파를 탄 적이 있다.

그녀의 엄마는 어린 시절 남매를 버리고 친권조차 포기를 했다.

그랬던 친모가 갑자기 20여 년 만에 나타나 합법을 주장하며 유산 상속을 요구했다고 하여 많은 분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그때 그녀의 오빠가 했던 말이 오래도록 지금까지 생생하게 남아 있다.

 

'낳아 주기만 했다고 부모는 아니지 않을까요.'

 

물론 이 세상의 부모는 위대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그 위대한 부모로 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는 고민해 보아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멋진 성장과, 부족하지 않는 인성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 부모들의 의무가 아닐까.

 

위대한 아버지(Pixabay)

 

<아버지의 제사> e길. 시

101세 되신 아버지를 모시고, 서울 우리 집에 오는 길.

뒷자리에 누워, 몇십 년 만의 한양 나들이에 지난 세월을 반추하듯 말이 없으시다. 

휴게소에서 아버지가 좋아하는 자장면 곱빼기 한 그릇 나눠 먹고, 

말없이 무언의 대화로 오는 길, 어쩌다 한 번씩 아버지의 방귀 소리가 너무 힘이 없어 마음 아프다.

 

잘 못 해드린 지나간 세월!

마음에 응어리진 가슴속 회한들이 흐느끼며 내 눈을 타고 내리고,

말없는 아버지도 온몸에 진땀이 흐른다.

내가 아픈 눈물을 흘리니, 아버지도 몸의 땀으로 눈물을 흘리시는구나.

 

젊을 적 교통사고로 다친 다리 절뚝거리며,

낮에는 뜨거운 해를 갈고,

초저녁 초승달에 씨앗을 묻어,

새벽 별을 따서 지게에 지고 오시던 아버지.

 

아버지가 되어 본 사람은 안다.

아버지는 자신의 심장이 없다는 것을.

오직 자식들의 피만 뛴다는 것을.

 

굴비, 고기, 떡과 나물 한 상차림에 약주 한 잔 드시고, 

아들 집에 오니 감개 무량한 듯, 졸린 눈 안 감으려 애쓰신다.

그러다, 

침대에서는 잠도 오지 않으니 돌아가야겠다고,

요즘 다니는 바람 같은 KTX를 타고 가면 금방 갈 수 있다며,

기어이 홀로 바람 타고 떠나셨다.

 

내가 마음 아파도 울지 못하는 것은,

아버지가 진땀으로 애달픈 눈물 뚝뚝 흘릴 것 같은 까닭이요,

바람이 부는 날,

아들 걱정에 바람 타실까 봐, 두 눈에 걱정을 묻어두기 위함이리라.

 

어제도 바람이 불었고, 나는 울지 않았다.

 

(감상: 40여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제사를 시골에서 서울로 모셔 오는 길. 불효한 옛날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하지만 아버지가 슬퍼하실까 울지 않고 걱정 없이 살아갈 거라고 다짐을 한다.)

 

마치며

논어에 나오는 말에,

부모는 오직 자식의 질병을 걱정한다.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것이 효이다.

세상의 부모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식의 병이다.

그러므로 어쩌다가 자신의 부주의로 인해 병에 걸리거나 해서는 안된다.

 

천하의 모든 물건 중에는 내 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다.

그런데 이 몸은 부모가 주신 것이다.(율곡 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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