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4월의 시(詩)

e길 2024. 4. 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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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계절 

꽃과 나비가 만나 유혹하는 4월!

벚꽃, 진달래, 개나리, 그리고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는 생동하는 계절이다.

너무나 아름다워 잔인하고 화창한 봄날에, 흩날리는 꽃들의 설렘으로 4월을 시작한다.

 

모두가 기지개를 켜는 아름다운 봄,

잠시 일상을 접고 꽃향기를 즐기며 마음까지 힐링하는 행복한 4월이 되시기를. 

 

4월의 꽃(Preepik)

 

<꽃 피는 날> e길. 시

이렇게

고운 꽃 내리는 날

향기로운 그대 이름

낮은 목소리

가만히

부르고 싶다.

얼굴 멀리 있지만 

정감 있는 목소리

젖고 싶다.

 

예쁜 딸 낳은

그 간절함으로

꽃 

피웠을 뿐인데

아련한

우리의 계절은 향기롭구나.

 

비 오면 오는 대로

꽃지면 지는 대로

그렇게.

꽃은 필 때부터

이미 

지고 있었으니까.

 

술잔에

일렁이는 간절한 얼굴. 

목을 타고 흘러들어 가는

감미로운 그대 목소리.

진한 향기.

꽃이 되어 연분홍 봄이로구나.

 

(감상: 꽃이 피는 날, 멀리 있는 그대가 보고 싶다. 간절히 꽃 피운 그리움으로 우리의 봄날도 향기롭게 피고 있다. 그대 목소리 술잔에 흐르고, 그대 향기 연분홍 봄이로구나.)

 

 

<4월의 '병어'> e길. 시

 

누구는

잔인한 4월이라 하지만

나에겐 영원히 잊지 못할

축복의 4월!

 

부드러운

가냘픈 손으로

조심스레

마사지하며

주물러 주는 어여쁜 여자

눈을 좌우로 돌려 가며

아 

드디어 

내 입이 벌어진다.

 

하얀 가운

부산한 움직임

지난날 척도하는 눈부신 불빛

온몸이 

벗겨진 채 누워있는 나

그래 

결국 

내 배를 갈랐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저런 속 없는 놈

속 창시 빠진 놈이라고 나무라던 

그런 놈,

그런 놈이 되었다.

속없이 살지 마라 했는데

불효하는구나.

그러나

오히려 깔끔하고 속이 시원하다.

비우고 나니 더 깔끔하다.

세상 미련 다 빠진 듯.

 

황홀

목욕탕 다녀와 졸린

뜬 듯 감은 듯 

그래, 

이대로 깨어나지 못해도

여한이 없다.

이런 호강이 어디 있으랴.

깨끗이 목욕재계하고

사나이의 멋진 품격으로

떠나는

나는 행복하다.

 

병약한 병어라고 

고딩 고등어와 꼴같잖은 꼴뚜기가 

놀려 대지만

오늘

소래포구 어시장 내 몸 값은

'니들 몇 배야' 라며

속은 없지만

아직 붙어있는 모가지에 힘주며 말한다.

광나는

은빛 찬란한 나 

마지막 뜨끈한 냄비 속에

웃으면서 황홀하게 돌아간다.

이 세상 멋졌다고.

 

(감상: 맛이 좋아지기 시작한 4월의 병어.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값비싼 병어는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에 멋진 세상 깨끗하게 살고 가서 뿌듯하다. 대장암 말기, 마지막까지 호강하며 산 지난 세월이 자랑스럽다며, 소래포구 뜨끈한 냄비 속에서 멋진 생을 웃으며 흐뭇하게 마감한다.)

 

마치며: 잔인한 4월

'엘리엇'의 서사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되었다.

 

꽁꽁 얼어붙었던 동토의 땅에서 4월은 연약한 생명들이 싹을 틔우는 봄이 된다.

만물이 소생하고 꽃들이 만발하는 아름다운 생명의 계절 4월에,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를

'잔인한 계절'로 비유한 것이다.

 

봄이 와도 꽃을 피울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황무지로 비유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4월보다 '차라리 겨울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새로 싹을 틔워 고난의 삶을 시작하는 계절 4월을 반어법으로,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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