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운명'이란 건 없다

e길 2024. 3. 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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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의 로렌스

 

제1차 세계대전 때 아라비아로 파견된 영국군 중위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로렌스가 아카바를 공격하기 위해 아라비아 사막을 횡단하는데 그 부하 중에 '가실'이라는 아랍인이, 자갈 깔린 마른땅을 건너기가 어려워 도중에서 몰래 탈주하여 빈 낙타만 걸어가고 있었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로렌스는 자기 낙타를 되돌려 탈주범을 찾으려 한다.

그때 모든 일행이 가로막고, '가실'은 두 시간이 못되어 태양이 뜨면 죽어버릴 운명이라고 하며 말린다.

그 사막에서는 혼자 살아 돌아오는 사람이 없을 만큼 악독하기로 유명한 사막이었다.

그리고, 

탈주병 하나를 찾느라 되돌아 선다면 아카바 점령의 목적도 '로렌스'의 생명도 다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로렌스는 묵묵히 혼자 출발하여 혹사의 태양열 속에서 '가실'를 구하여 돌아온다.

그때 로렌스는 말리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운명이란 건 없다. 

위대한 인간은 자기 운명을 개척할 뿐이다.'

 

환희의 축하가 벌어졌고, '가실'은 충성을 결심하고 일행은 화기애애한 가운데 '아카바'를 공격하여 성공한다.

생명을 사랑하고, 동료의식이 강렬하고,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곳에서는 새로운 힘의 원천이 생기는 것이다.

 

운명(Preepik)

 

<운명이란 건 없다> e길. 시

 

평생을 

재물이 줄줄 새는 팔자라고

사주쟁이의 사형선고 같은 기막힌 말

힘이 빠지고 진땀이 흘렀어.

그냥 땀이나 지금처럼 줄줄 새고 말 것이지.

 

그러나

사주는 타고나지만 팔자는 바꿀 수 있다며

비우고 나눔으로 

운명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병 주고 보너스를 줬어.

 

긴 한숨 

내 옆 탁자의 심각한 아주머니

'사주가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모든 걸 운명에 맡겨야죠' 하자,

그러면 그 운명이 기분 나쁠 거라며

'작작 맡기라고... 남편도 맡길 거야?'

할 거라는, 입 다문 나의 애드리브 상상력.

내 코가 석잔데 웃음이 나와.

 

그렇게

인사동에서 처음 인사한 내 운명

너는 올 때부터

한 몸인 것처럼

전혀 낯설지 않게 나를 따라왔어.

 

그런데

운명이라는 그 이름으로 내게 왔지만

나의 재물을 줄줄 흘리는 너를

용서할 수 없었어.

너의 주머니 입을 꿰매어야 할 것 같아.

 

아니면

모든 집착 놓아주고

너를 비워 보시로 나누며

옳다는 네 견해 참아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겠어?

그래야 내가 가진 업보가 소멸된다는데.

 

이 세상

정해진 운명은 없어.

아직 비관할 때 아니고

고개 숙이고 있을 때 아니야.

네 마음이 네 팔자를 만들고

내 운명은 내가 주인이기 때문이야.

 

(감상: 운명은 바뀔 수 있고, 그 열쇠는 자기 자신이 갖고 있다는데 무엇이 두려운가.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는 것은 운명에 저항하는 일이다. 이름 고치고, 사주 고치고, 얼굴 고치고 해도, 마음을 고치지 않으면 인생이 고쳐지지 않는다. 마음이 팔자를 만들기 때문에.)

 

마치며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운명이 주어지기보다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운명이란 외부에서 오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자기 자신의 약한 마음, 게으른 마음, 성급한 버릇, 이런 것들이 결국 운명을 만든다.

어진 마음, 부지런한 습관, 남을 도와주는 마음, 이런 것 들이야 말로 좋은 운명을 여는 열쇠다.

운명은 용기 있는 사람 앞에서는 약하고, 비겁한 사람 앞에서는 강하다.'

 

누구나 아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타고난 사주는 바꿀 수 없지만, 팔자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자신의 노력여하에 따라 결국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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