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진과 조지훈의 작품
한국 시(時)의 징검다리 "청록파"는 해방전과 해방 후의 한국 시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청록파 시인 중 박목월 시인의 지난 편에 이어, 박두진 시인과 조지훈 시인의 시세계를 조명해 본다.
'청록파'와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응원가'
연세대학교 응원가 중 '해야'는
연세대 교수 박두진 시인의 시 '해'로, 장엄하고 서정적인 가사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고려대 응원가 같은 연세대 응원가'로 유명하다. '마그마'가 대학가요제에서 부른 '해야'가 원곡이다.
(전주) 어둠 속에 묻혀있는 고운 해야/ 아침을 기다리는 애띤 얼굴/ 어둠이 걷히고 햇볕이 번지면/ 깃을 치리라.
(A) 해야 떠라 해야 떠라/ 말갛게 해야 솟아라/ 고운 해야 모든 어둠 먹고/ 애띤 얼굴 솟아라.
(B) 눈물 같은 골짜기에 서러운 달밤은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라.
(전주 후 A-B-A-B-A 순서로 진행)
고려대학교 응원가 중 '민족의 아리아'는
조지훈 교수의 '호상비문'에서 따온 응원가다. 고려대의 호상(호랑이상) 받침석 뒷면에 새겨진 비문으로, 조지훈 시인이 지은 고려대의 헌시(獻詩)이다.
"민족의 힘으로 민족의 꿈을 가꾸어 온/ 민족의 보람찬 대학이 있어/ 너 항상 여기에 자유의 불을 밝히고/ 정의의 길을 달리고 진리의 샘을 지키느니/ 지축을 박차고 포효하거라/ 너 불타는 야망 젊은 의욕의 상징아/ 우주를 향한 너의 부르짖음이/ 민족의 소리 되어 메아리치는 곳에/ 너의 기개 너의 지조 너의 예지는/ 조국의 영원한 고동이 되리라"
박두진 시인은
작가는 시대의 부정적 가치를 비판하는 내용을 다루면서 , 이념적으로는 절대적 가치의 추구를 이어갔다.
시인의 초기 시는 남성적인 기개(氣槪)를 시화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해방 후에 쓰여진 '해'는 신생 한국의 창조적 의지를 형상화한 대표적 작품이며,
'도봉'은 1940년 무렵 시인이 도봉산에 올라 암담한 현실에 대해 느낀 심정을 담은 서정시이다.
<도봉> 박두진. 시
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 끊긴 곳
홀로 앉은
겨울산의 어스름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
울림은 헛되이
빈 골 골을 되돌아 올 뿐
산 그늘 길게 늘이며
붉게 해는 넘어가고
황혼과 함께
이어 별과 밤은 오리니
삶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갓 괴로울 뿐
그대 위하여 나는 이제도 이
긴 밤과 슬픔을 갖거니와
이 밤을 그대는, 나도 모르는
어느 마을에서 쉬느뇨?
(감상: 가을 도봉산에서 '해가 저물려고 하는 무렵부터 캄캄한 밤이 될 때까지'의 시간 변화로 인생의 쓸쓸함과 외로움, 사랑의 괴로움을 표현한 작품이다. 화자는 가을산을 통해 고독과 적막, 쓸쓸함을 느낀다.
'도봉산'은 '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가곤 오지 않는 곳, 인적이 끊인 곳, 소리 높여 불러보지만 그 소리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곳'으로 묘사되며, 이는 기다리는 이가 오지 않는 외롭고 괴로운 현실을 한탄하고 있다.
우리의 절망적인 민족적 현실과 새로운 시대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청산도(靑山道)> 박두진. 시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골 골짜기서 울어 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 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맑은, 가슴 맑은, 보고 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릴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티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 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너머, 골 너머,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감상; 생명력 넘치는 아름다운 푸른 청산이지만 '볼'이 고운 사람이 와야 더 푸르게 만들어 줄 것이다. 부정적인 현실에서도 '볼'이 고운 사람이 오면 밝은 미래가 올 것으로 믿고 기다린다는 시다.
기나긴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은 되었지만, 아직은 혼란스러운 현실의 모습에서 진정한 해방 즉 광복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시다.)
조지훈 시인은
'지조론'이란 수필을 통해 이승만 정권 및 정치인들의 지조 없음을 꾸짖을 정도로 대쪽 같은 인물이었다.
시인은 세속적인 이해와 타협을 거부하고 조선시대의 선비 정신을 그대로 보존하며 계승해 나갔다.
<승무> 조지훈. 시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㙜)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감상: '승무'는 불교에서 승려가 세속적 고뇌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춤을 말한다.
'승무'를 추는 승려는 '복사꽃 고운 뺨'을 가진 젊은 여승으로 속세를 떠나서 여승이 된 한스러운 사연을 갖고 있음 직하다. '승무'는 세속의 번뇌를 접고자 하는 승려의 종교적 염원을 담고 있다.
'나빌레라'는 '나비와 같구나'라는 뜻이다. 시의 전반부는 춤을 추기 전 여승의 모습을, 후반부는 '승무'의 춤사위를 주로 진술하고 있다.)
마치며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시인들의 '청록집'은, 1940년대 초에 일제의 우리말 탄압으로 조선 시 문학이 단절되었다가 해방 이후 1946년 최초로 발간된 창작시집이다. 세 시인들은 대학교수를 지낸 교육자이며, 자연과 생명을 중시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서로 다른 개성이 있다.
박두진 시인은 해, 향현, 묘지송 등의 대표작이 있으며, 민주적 민족주의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조지훈 시인은 승무, 낙화, 봉황수 등의 대표작이 있으며, '국민 시인, 마지막 선비'라고 불린다.
(박두진 시인의 '해'와 조지훈 시인의 '낙화'는 이 블로그에서 이미 포스팅되어 있다,)
(출처: 나무위키/ 조지훈 선집/ 박목월 시전집/ 네이버 백과/위키백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작품 업로드 순서와, 한국 시(時)의 징검다리'청록파']: 업로드 시간: 0시 01분.
8월 11일 (금). "청록파", 박목월: '나그네' 시의 탄생 비화/ 나무/ 이별/ 윤사월/ 청노루)
8월 12일 (토). 북한산 진관사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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