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시(詩), 9월이 오면

e길 2023. 8. 3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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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결실의 계절

하늘은 맑고 푸르기만 하는 계절이 오고 있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사랑과 결실의 9월이다. 아름다운 계절의 9월을 멋진 시인들의 작품으로 맞이해 본다. 

 

9월(freepik)

<9월이 오면> 안도현, 시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 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 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감상: 초월하는 시공(時空)을 안도현 작가와 같이 잘 표현하는 시인(詩人)이 있을 것 같지 않다. 또 공감각의 조화를 이 시처럼 잘 이루는 예도 흔치 않을 것 같다. 앞서가는 강물과 뒤 따르는 강물, 지아비와 지어미의 협동 등은 9월의 들판과 강가의 강물이 되어 세상을 다 안아주며 포용한다.

 안도현 시인은 1961년 경북예천 출신이며,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 등 다수의 작품집이 있다.)


<중년의 가슴에 9월이 오면> 이채. 시

 

사랑하는 사람이여!

강산에 달이 뜨니

달빛에 어리는 사람이여!

계절은 가고 또 오건만

가고 또 오지 않는 무심한 사람이여!

 

내 당신 사랑하기에

이른 봄꽃은 피고

내 당신 그리워하기에

초가을 단풍은 물드는가

 

낮과 밤이 뒤바뀐다 해도

동과 서가 뒤집힌다 해도

그 시절 그 사랑 다시 올리 만무하니

한 잎의 사연마다 붉어지는 눈시울

 

차면 기우는 것이 어디 달뿐이랴

당신과 나의 사랑이 그러하고

당신과 나의 삶이 그러하니

흘러간 세월이 그저 그립기만 하여라

 

(감상: 이채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으로, 노을에 물드는 가을 들판을 수놓은 코스모스처럼 어딘지 수줍은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당당한 중년의 고백을 담아낸 시집이다. 중년에 맞이하는 삶과 사랑은 그 어느 시절보다 성숙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온기 어린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이채시인은 경북울진 출신으로 동국대 대학원 박사이며, '중년이라고 그리움을 모르겠습니까', '중년의 당신, 어디쯤 서 있는가' 등 주로 중년의 다수 작품들이 있다.)

 

<다시 9월이> 나태주. 시

기다리라, 오래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과일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았다

 

이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게 되는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오래 그리고 많이

 

(감상: 시인은 가을을 치유의 계절이라고 단언한다. 깊고 아픈 상처들을 이 계절의 시원한 바람에 날려 보내고 치유와 정화가 되는 9월을 기다린 것이다. 여름 더위와 씨름하며 알차게 익은 과일도, 푸르던 나뭇잎도 제 할 일 다 하고 떠나는 계절이 된 것이다.

 나태주 시인은 1945년 충남 서천 출신이며 초등학교 교사, 교장을 지냈다. '풀꽃'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마치며: 남겨주고, 그리운 치유의 계절 9월

9월이 오면

안도현 시인은 강물이 9월 가을 들판을 금빛으로 물들이듯이, 우리도 9월에는 누군가에게 그 무엇을 남겨 주기 위해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시자.

이채 시인은 세월은 가고 차면 기우는 것이 달 뿐이냐 당신과 나의 삶, 사랑도 그러하다. 후회하지 말고 그리운 9월로 만들자.

안도현 시인은 하늘은 높고 과일은 살이 올라 풍족한 치유의 계절인 기다리던 9월이다. 나뭇잎과 과일들도 제 할 일 다 하고 떠나는 계절이다.

 

(참고문헌: 위키백과/ 나무위키/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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