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 느티나무 둥치에 매미 허물이 붙어 있다 바람이 불어도 꼼짝도 하지 않고 달라붙어 있다 나는 허물을 떼려고 손에 힘을 주었다 순간 죽어 있는 줄 알았던 허물이 갑자기 몸에 힘을 주었다 내가 힘을 주면 줄수록 허물의 발이 느티나무에 더 착 달라붙었다 허물은 허물을 벗고 날아간 어린 매미를 생각했던 게 분명하다 나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허물의 힘에 놀라 슬며시 손을 떼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보았다 팔순의 어머니가 무릎을 곧추세우고 걸레가 되어 마루를 닦는다 어머니는 나의 허물이다 어머니가 안간힘을 쓰며 아직 느티나무 둥치에 붙어 있는 까닭은 아들이라는 매미 때문이다 (감상: 매미는 탈피(脫皮)를 하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날아간다. 그 탈피된 허물이 붙어있으려고 안간힘을 쏟는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