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바람의 교향곡
천둥 치는 어느 날, 어느 소년이 마당에서 혼자 비를 맞고 있었다.
소년은 나뭇잎에 스치는 비와 바람의 교향곡에 흠뻑 빠져 있었다.
집안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어머니는 그런 아들에게 집으로 빨리 들어오라고 소리치지 않았다.
오히려 아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 꼭 껴안아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래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우리 함께 들어 보자'
아들은 신이 났다.
'엄마, 새소리가 들려요. 저 새는 무슨 새죠? 왜 울고 있어요?'
어머니는 폭우처럼 쏟아지는 아들의 질문에 차근차근 다정하게 대답했다.
이 소년이 장차 음악의 '악성'이라 불리는 베토벤이었다.
함께 가야 할 동반자
사람의 인생길은 멀고 험할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날씨가 좋을 적 맑은 날에 주막에 이르는 손님보다는, 폭풍우 속에서 비바람을 헤치고 온 사람을 더 따뜻하게 환영하는지도 모른다.
우리 삶에는 이렇게 비바람이 불고 천둥이 치는 날이 많다.
그 길을 무사히 행복하게 가자면 가족, 친구, 동료 이런 여행의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
'라피크'란 '먼 길을 함께 가야 할 동반자'라는 뜻의 아랍어 'RAFIK'이다.
좋은 동반자란 '상호 간에 공감이 가는 사람, 함께 느낄 수 있고, 함께 한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것이 좋은 동반자의 조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좋은 동반자가 취할 행동은 아마도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함께 행동하는 그런 경우일 것이다.
베토벤의 라피크는 어머니였다.
베토벤의 위대한 음악과 위대한 교향곡은 그때부터 이미 밀알처럼 싹이 돋았는지 모른다.
<고등어자반> 오영록. 시
좌판에 진열된 간 고등어
큰 놈이 작은놈을 지그시 껴안고 있다
넓은 바다를 헤엄치듯 수많은 인연 중에
전생에 부부였던지 죽어서도 한 몸이다
부부로 함께 산다는 것이
고행임을 저들은 알고 있는지
겹으로 포개진 팔 지느러미로
고생했다고 미안하다고
가슴을 보듬고 있다
죽어 이제야 온전히 이룬 부부의 연을
묵묵히 받아내는 모습이다
눈동자엔 푸른 파도가 출렁였지만
배를 열어보니
아내처럼 텅 비어 있다
마지막까지 온전히 보시해야
열반에 드는 것인지
소금사리
와스스 쏟아진다
(감상: 끝까지 같이 살다 간, 동반자 고등어 부부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동반자로 한평생을 잘 살았다며, 고생했다고 미안하다고 가슴을 보듬어 서로 안고 위로해 주고 있다.
'내가 힘이 들 때 당신은 나의 아픔이 되고, 내가 슬플 때에 당신은 나의 슬픔이 되었다'라며 서로를 끌어안고, 빈 속을 '빛나는 적은 금'으로 잔뜩 채워주고 있다.)
마치며: 동반자는 함께 비를 맞아 주는 것
사람은 누구나 좋은 동반자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길에서 그런 좋은 동반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먼저 나 스스로가 좋은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홀로 비를 맞고 있는 상대에게 다가가서 함께 비를 맞아 주는 것이다.
흠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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