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디 보이(Dandy Boy) 박인환 선생은 1950년대 우리나라 대표적인 모더니즘 시인이다. 훤칠한 키에 용모가 수려한 시인은 당대 최고의 멋쟁이로 '댄디 보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고 한다. 서구 취향의 도시적 감성으로 무장한 시인은 시 작품에서는 누구보다도 앞서간 날카로운 모더니스트였다. 명동의 술집 마담들도 늘 외상술을 마시는 미남자 박인환 시인을 차마 미워하지 못했다. '또 외상술이야', '아이고 그래서 술을 안 주겠다는 거야' '내가 언제 술을 안 주겠다고 했나' '걱정 마, 꽃 피기 전에 외상값 깨끗하게 청산할 테니까' 시인은 늘 호주머니가 비어 있었지만, 한 점의 비굴함도 없이 당당하고 거침이 없었다. 지금이야 '무전취식'으로 잡혀 가지만, 당시 전쟁이 끝나고 1960년대 시대 상황이라 통하..